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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 28. 영화 '리틀 포레스트' 2 / 임순례

기사승인 2019.08.13  11: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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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리틀 압력밥솥 2 -

  나는 올 여름방학 중에 수진이와 함께 점심식사를 가장 많이 했다. 수진이가 누구냐 하면 국어교육과 여학생으로 우리 도서관의 단골이다. 집은 용인이다. 지금은 졸업을 유예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내 딸과 나이도 같고 하는 짓이 넘나 이쁜 친구다.

  어느 날 내가 점심으로 밥할 때 넣어 찐 감자를 먹고 있을 때 방문했기에 나는 당연히 나눠먹었다. 찐 감자를 오랜만에 먹어본다며 맛있게 먹기에 내가 먹을 몫까지 그녀에게 건넸다. 그 정도로 끝냈어야 하는데 밥솥에 넣어 쪘다는 사실과 꺼내서 굵은 소금 몇 알갱이 뿌려가지고 온 사연까지 덧붙이고 말았다. 그리고 며칠 뒤에 도서관에 또 왔는데 그 찐 감자 맛있었다는 얘기를 또 하지 않는가. 별 수고도 들이지 않고 칭찬을 연이어 듣게 된 나는 이 친구에게 가끔 카톡을 보냈다. 감자 같이 먹자고………. 어디 감자만 먹었겠는가. 역시 압력솥에 찐 고구마와 옥수수, 그리고 녹인 떡과 냉장실 야채 칸에 굴러다니는 오이, 토마토, 피망, 사과 등과 날짜가 한 이틀 지났어도 상하지 않는 요구르트까지 절대로 대충 때우는 법이 없었다. 엊그제는 후배 집에 갔다가 단호박 몇 개를 얻어왔다. 그날도 수진이와 나눠 먹을 요량으로 그 작은 밥솥에 쌀을 안치고 반씩 자른 옥수수와 감자(옥수수가 긴 것은 솥에 잘 들어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혼자 먹기에 너무 많아 아예 잘라 넣음/큰 감자를 통째로 넣으면 약간 익지 않음), 단호박은 반으로 자른 후 한쪽은 냉장고에 보관하고 다른 한쪽은 네 조각을 내어 옥수수와 감자 위에 올려 밥을 했다. 나는 내심 염려했다. 단호박이 너무 물러터질까 봐 조바심을 내었다. 이 역시 쓸데없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수진이는 당연히 맛있게 먹어 줬다.

  가끔 밥을 푸곤 하는 남편이 뚜껑을 열었다가 난감한 표정을 짓곤 한다. 빼곡히 들어찬 밥솥 안을 들여다보고는 식겁할 때도 있다. 이거 좀 심한 거 아니냐는 투다. 그럴 때면 나는 얼른 그를 밀어내고 그것들이 부서지지지 않도록 요령껏 꺼내서 도시락 통에 담아낸다. 그도 계란찜만 들어가 있을 때는 곧잘 꺼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시라. 이 삼복더위에 계란찜 한다고 가스불을 따로 켜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지 않은가. 남편이 계란찜 한 수저를 입에 넣고 행복해 하는 표정을 보면 꿀밤 한 대 먹이고 싶다.

 

   
맨 밑에 쌀, 계란찜, 찬밥 한 덩이. 절반으로 나눈 옥수수와 감자. 그 위 단호박  
   

취사 후: 계란찜에 사용할 그릇으로는 스테인레스나 코렐(코렐 강추-설거지 쉬움/스텐은 철수세미를 사용해야 함), 계란찜 꺼낼 때 그릇을 좌우로 2~3번 움직여 주면 밥풀이 잘 떨어짐

 

  오늘 수진이에게 카톡을 날렸다. 점심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고 빈손으로 와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어린 나이에도 지나치게 예의가 바르다. 비스킷 한쪽이라도 꼭 사들고 온다.) 내가 도시락통 세 개에 먹을거리를 가져왔다고 구체적으로 말할 것을, 이 친구 또 내가 먹어보지 못한 편의점 신상을 사 가지고 왔다. 1시간여에 걸쳐 그것들을 먹으며 수진이와 나는 계속 음식에 관한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음식 얘기를 글로 써 보면 어떻겠느냐며 살짝 웃는다. 아 고마운 친구. 이것이 실마리가 되어 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그러고 생각하니 10여 년 전쯤에 유년에서 고등학교 때까지의 성장기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보겠다며 야심찬 꿈을 안고 목차를 만들어 놓았던 생각이 났다.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지 일삼아 찾아보아야겠지만, 대충 생각나는 것들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사계절로 크게 나누었고, 그 다음은 의식주로, 그 속에서 가족, 동네친구, 놀이, 노동 등등으로 세분시켜 놓았던 것 같다. 어서 찾아서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수진이는 우리 고유의 맛을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교회선생님한테 배웠다고 했다. 그런데 본인은 정작 이 음식들을 만들어 먹고 살 수 있을지 의문이란다. 이 음식들을 준비하고 만드는데 보통 2시간 이상 소요되는 시간들을 견디지 못할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우리는 얘기를 더 나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한 번 더 주의 깊게 보자. 그곳에 해답이 보이더라. 내가 꿈꾸는 메인 음식의 로망이 그 영화에서 담아내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한민국은 현재 영양과잉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메인 음식 1개, 기본 김치와 젓갈, 오이, 고추 등의 푸성귀에 된장, 고추장을 어울리도록 담아낸다면 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우리가 도달한 결론이었다.

  수진이 덧붙이는 말씀 - 그러니까 어떤 게 메인 음식이냐고요 이러는 거다. 선생님이 사진을 찍고 글로 써서 인사(인스타그램)에 올려주시라니까요. 이러는 거다. 나는 그런 거 못한다. 되레 그 시간이 아깝다며 몇 가지 손쉬운 메인 음식을 공유했다.

 

   
글쓴이 이현옥

 수진이는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했다. 떡볶이 국물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 동생들이 평소 즐겨먹지 않는 야채 종종 썰어 흔한 마트표 김가루와 함께 비벼주면 되지 아니겠는가. 돼지고기만 넣은 불고기나 오징어, 콩나물 등을 넣은 빨간 불고기도 모두 이렇게 하면 되고, 소고기 요리도 닭볶음탕도 오리주물럭도 오징어와 낙지볶음도 마찬가지다.내 남편은 계란찜을 먹고 난 후에도 조금씩 남은 반찬이나 나물들을 넣고 비벼서 땀까지 흘리며 먹지 않던가. 식당에서 돈 주고 사먹는 음식들에서 약간 응용하면 될 터인데 사먹는 것으로 끝을 맺으니 어려운거 아닌가 싶다며 우리 자리를 되돌아봤다.

  객지생활을 하는 수진이. 언젠가 식당에서 빈번이 나오는 중국산 김치가 아닌 엄마표 김치가 먹고 싶다고 한 말이 마음에 걸린다. 솜씨 없는 내가 담근 김치와 계란에 물과 파를 넣고 새우젓갈로 간을 맞춰 나만의 리틀 압력밥솥에 넣고 찐 계란찜을 가져와 수진이와 함께 점심을 나눌 날이 오리라 믿는다.  / 이현옥(우석대 도서관 사서)

이현옥 jbpost20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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